본문내용 사진기로 바라본 세상, 시로 노래
‘‘폐선처럼 허물어져가는 외딴집 감나무에/ 까치밥 하나 바람에 흔들리면/ 뿌리 따라 흔들리는 늑골의 아픔으로/ 다시 깨어나는 늙은 집/ 열리지 않는 아침을 가불하여 길을 나서던/ 아버지의 새벽기침소리를 듣고 싶다’
한국문인협회 주최 ‘2009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 ‘폐선’의 마지막 여섯 행이다. 강원도 삼척의 강동수(49) 시인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한 아버지와 가난 속에서 자식을 키운 어머니를 그리며 ‘폐선’을 노래했다.
“평생 제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상을 받으면서 그 호칭을 수없이 듣다 보니 그제야 장애인임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굳이 ‘장애인문학상’이라고 이름 붙여 평가절하하기보다 그냥 한 시인의 작품으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다부진 체격, 날렵한 얼굴선, 선한 눈매에 매서운 눈동자를 언뜻 보면 그가 왜 ‘장애인문학상’을 받았는지 의문이 든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사고로 왼쪽 팔을 다쳤다. 불의의 사고가 시를 쓰게 된 동기는 아니다. 그저 시가 좋아서 오래전부터 사람과 인생을 노래했다. 그러던 중 2008년 계간지 ‘시와 산문’을 통해 등단했고, 이듬해 영예로운 수상을 하게 됐다. 현재 그는 두타문학회 회원, 서정시마을 동인, 삼척문인협회 회원, 한국프로사진협회 회원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25년 경력의 전문 사진작가로, 현재 삼척에서 ‘월드스튜디오’를 운영 중이다.
“사물을 바라보는 사진작가의 날카로운 눈이 시인으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갖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진기로 바라본 세상을 시로 노래하고 싶습니다.”
주간동아 722호 (p93~93)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 손상현 인턴기자 인천대 중국통상학과 3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