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피 > 시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board



설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강동수
댓글 0건 조회 6,877회 작성일 21-11-07 05:18

본문

    

    설피(雪皮)

 

              강 동수      

 

       눈 내린 길을 따라 민속박물관에 갔었다 

     유리창 너머에 묶여있는 기억들

     그 속에 폭설을 지나온 결빙된 신발 한 짝이 누워있다

     졸참나무며 눈을 맞은 듯 눈부신 은사시나무 사이를 걸어

     외딴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그때

     동박새 곤줄박이는 신발도 없이 종종걸음으로

     제집을 찾아간다

     동박새 지나간 자리마다 바람이 걸려 넘어지고

     넘어진 바람의 흔적을 지우며 걸었던 신발 한 켤레

     이제 바람도 침범치 않는 유리관 속에서

     침묵의 시간을 붙들고 있다

     박물관을 나서면 도로의 경계선을 지우며

     낙하하는 눈

     적막한 세상을 걸어가야 할 또 하나의

     신발을 찾아나선다

 

     먼 산에서부터 천천히 어둠이 눈을 치우고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 시가 있어 아름다운 세상
  • 대표자 : 강동수
  • 강원 삼척시 새천년도로 5길31 정라진문화예술촌
  • TEL : 010-5368-9901
  • E-mail : kds1074@naver.com
Copyright © KANG YEAEU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