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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주는 빛-박군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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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동수
댓글 0건 조회 109회 작성일 21-11-10 23:25

본문

 

그대가 주는 빛-박군자 시인

 

    --사물을 바라보는 청순한 이미지

 

 

 

강 동 수 (시인)

 

 

 

 

 

1.

박군자 시인의 첫 시집의 해설을 부탁받으며 박 시인의 시를 몇 번이나 찬찬히 읽었다 유수한 문장이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비유나 좋은 시의 조건으로 알려진 시의 낯설기 같은 시편들은 많지 않았지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신의 속내를 시에 담아 그려내는 문장에서 한없이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문학적으로 척박한 탄광지역인 도계에서 드물게도 여성시인으로 활동하며 문학과는 또 다른 분야에 뛰어들어 박사학위까지 취득하는 것을 보면서 대단한 열정과 에너지를 소유한 여장부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그녀의 시를 읽으며 한없이 여리고 순수한 마음을 가슴속에 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목이 하늘처럼 높이 있다면

먼 곳에 계시는 님을 볼 텐데

 

담쟁이 위를 한없이 바라보며

안타까움에 기다리는 마음

혹여 오실까

지지 않은 꽃잎이 되어 떨어지네.

 

찬바람 시린 겨울지나

봄바람 산을 넘어

초록빛 나무들을 어루만지면

외로이 님을 기다리는 소화 여인의 모습

 

사무치게 그리운 님이여

하룻밤 취해버린 아름다운 숨결이기에

연분홍치마 입고

빛 고운 햇살아래

 

님을 가슴에 새기며

기다림에 지쳐 쓰려졌다가

여름이면 어김없이

다시 불타오르는 사랑

 

-능소화전문

 

 

박군자 시인의 꽃에 관련한 여러 시편 중에서 한편이다 여성으로서 사물을 바라보는 섬세함이 그려져 있다. 70여 편에 이르는 시 중에서 꽃에 대한 시가 여러 편인 것도 여류 시인으로서 좋은 감각이라 여겨지며 한 편으로는 좀 더 다양하게 사물에 대한 시각을 넓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떤 시인이 말하기를 시는 한 마리의 나비와 같다고 하였다 나비를 잡을 때 표충망을 사용한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 나비를 잡기 위해서 빗자루나 몽둥이를 사용하는 바보는 없다 물론 몽둥이로 나비를 잡으면 완전무결하고 처절하게 나비를 잡을 수 있지만 이미 그것은 나비가 아니라 곤충의 더러운 주검뿐이다 시를 이해하고 분석한다는 핑계로 나비를 몽둥이로 잡듯 만용을 부리며 시를 쓰고 발표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볼 때가 있다 시는 시를 만나고자 하는 사람 앞에서 존재한다는 말처럼 박군자 시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읽는 사람이 먼저 마음을 비우고 여성적인 여린 감각으로 읽어 내려가야 하는 이유이다

 

가을 햇살을 받으며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꽃길을 걷습니다.

 

누구하나 불평 없이

활짝 핀 꽃내음을 맡으며

순수함 속으로 한발 한발 걸음을 내딛습니다.

 

들풀의 청순함을

코스모스의 가련함을

라일락의 짙은 향을

온 몸으로 느끼며

생의 사랑과 따뜻함을 느낍니다.

 

사람들에게 하고픈 이야기가 많은지

바람 따라 말없이 소곤거리는 꽃들의 모습들

 

꽃잎마다

어린아이처럼 방긋 거리며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고파

웃고 또 웃으며

환한 미소를 자아냅니다.

 

모진 바람이 불고

내 몸 부딪쳐 힘들어도

오늘 하루는

살포시 미소 짖는 하루가 되어 달라고

꽃잎들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 하며

행복에 꽃잎을 날립니다.

 

꽃길에서 꽃이 되어 버린

사람들은

행복한 나라에 주인공이 되어

아름답고 밝은 세상을 만들 거라고 다짐해가며

꽃길 따라 꽃과 함께

그리고

미래와 함께

손을 잡고 걷습니다.

 

 

-꽃길전문

 

 

 

박군자 시인의 또 한편의 꽃에 관한 시를 감상해보자. 불혹을 넘긴 그녀의 시에서 사춘기 소녀 같은 감성이 묻어나는 시이다

-탐스런 모습에 햇살 받으며 /은빛 속에 숨어 꿈꾸는 /작은 꽃잎들의 속삭임(아카시아) -외로운 가을 뒤편 불어오는 바람처럼/그리움을 수놓은 비단위에 새겨 놓아 줄 들꽃의 이름(들꽃의 이름)에서 보듯이 사물을 바라보는 박군자 시인은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음을 시에서 알 수 있다 발표하는 시와 생활이 전혀 다른 인품의 시인이 아니라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여서 이런 시를 우리는 만나게 된다. 시인은 훌륭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만한 품행과 작품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자고 나면 날마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불길한 뉴스는 사람들의 감정을 메마르게 하고 사상 최고치를 나타내는 청년실업과 인명을 앗아가는 대형사고가 늘 우리 곁에 가까이 있어 가슴을 아프게 하는 혼돈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희망이 사라진 시대 아직도 사물을 따뜻하게 바라보며 빈 여백에 시 한 줄 남기는 것이 시인의 특권이라면 박군자 시인은 생활에서 느끼는 감성을 틈틈이 기록하며 지역 문학단체인 두타문학을 통하여 시를 꾸준히 발표하는 것으로 문학적인 감성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시인이 시를 쓰고 발표한다는 것은 상상의 발로에서 쓰기도 하지만 자신이 일상에서 채득하며 느끼는 감성을 시상으로 떠올려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경우는 대게 읽기기 쉽고 읽는 독자가 쉽게 같이 공감하는 경우가 많다 박군자 시인도 예외가 아니어서 살고 있는 도계(道溪)지역을 나타내는 시를 이번 시집에서 여러 편 발표하였다

 

 

 

내가 살아가는 도계는

통리재에서 내려 보면

맑은 호수아래 별빛이 내려와

정답게 놀다 하늘로 올라가는

맑은 호수 같은 곳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도계는

미인폭포에서 떨어져 내린 물안개

살풀이 춤추며 다시 올라가면서

목마르고 힘든 삶들을 꼭 안고 가는 곳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도계는

비좁은 선로로 떠나는 인차 속에

까만 얼굴 새 하얀 치아를 들어내며

웃음 짓는 광부의 모습이

꽃이 되고 별이 되어 빛나는 모습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도계는

한 가득 광차에 탄을 싣고 힘겹게 올라 올 때면

차가운 겨울에도 까아만 꽃을 피우고

늘 가슴속 붉은 희망이 넘실거리는

따뜻한 사람들이 모여 둥근 웃음이 넘치는 곳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도계는전문

 

 

박군자 시인은 도계를 누구보다 사랑하며 지금도 지역에서 열심히 봉사하며 시작(詩作)활동도 하고 있다 70년대 이 나라 산업의 역군이란 이름으로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으로 북적이던 탄광 도시. 각종 문화적 혜택과는 거리가 먼 삭막한 도시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며 하루하루 살아 있음을 감사해야하는 광부들의 삶이 서려있는 곳. 박군자 시인은 그러나 새까맣게 도시를 덮고 있는 석탄재를 보며 역설적이게도 맑은 호수아래 별빛이 내려와 정답게 놀다가 하늘로 올라가는 맑은 호수 같은 도시로 표현하고 있다 어쩌면 현실은 힘들고 어렵지만 시인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며 스스로 그렇게 아름다운 도시를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시에서 도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시가 많지 않다 그만큼 시를 아름답게 혹은 세상을 아름답게 보고자 하는 순수한 열망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차가운 겨울에도 꽃을 피우고 가슴속에는 마그마와 같은 붉은 희망이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넘쳐나는 도시를 오늘도 꿈꾸며 살아간다.

 

 

 

 

 

육백산 산자락에

매달려 있는 광부의 하루

 

탄광 속

어둠을 뚫고

레일에 몸을 기댄 채

긴장감에 한숨을 쉬며

진광의 빛을 캔다.

.

 

(중략)

 

어둠 속에서도 캔

검은 보석들은 어깨를 가볍게 한다.

자리를 펴고

정성스런 싼 도시락을 꺼내

한 숟가락씩 아내의 사랑을 먹는다.

-광부의 하루부분

 

 

박군자 시인이 살고 있는 지역이 탄광지역임에도 이번 시집에 탄광문화에 대한 시가 많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어둡던 도시의 이미지 보다 파릇한 잔디에 내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몸을 굴러도 보고/새소리 풀벌레소리. 높은 하늘도 보고 싶다(블랙밸리 가고 싶어라) 전두시장을 거슬러 내려와/도계상설시장/ ...중략 ..대학로를 만들기 위해 하나씩 성형 하고 / 멋스런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도계를 알리려하네 (대학로 입체간판)에서 보듯 긍정적으로 희망을 보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읽어 내린다. 블랙밸리는 도계지역에 새롭게 들어선 영동지역에 많지 않은 골프장중에 하나이고 대학로는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가 새로 생기면서 기존의 상권을 정비하여 대학로로 새롭게 정비해 나가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석탄이 주 연료이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집집마다 연탄대신 기름이나 가스를 사용하면서 탄광지역인 도계도 예전의 활기를 잃어버리고 이제는 인구가 작은 소도시로 전락하였다. 박 시인이 살아가는 지역이 폐광특별법으로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조금씩 변화하는 가운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애쓰는 도시의 모습에서 희망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머물러 있다.

 

 

 

3.

모든 시인들이 시의 소재로 삼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향수 그리움이 이번 박군자 시인의 시편에도 사랑의 시와 더불어 여러 편 실려 있다 사랑에 대한 시편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듯하여 감상은 독자들에게 맡겨두고 어머니에 관한 시 몇 편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 엄마는

바보입니다

어릴 적 운동화 사달라고 조르면

뒷집 모내기에 나가 하루 종일 모심고

내 신발을 사 주셨습니다.

내가 옷을 사달라고 조르면

엄마는 냉이랑 쑥을 뜯어 시장 한가운데서 팔아

옷을 사 주셨습니다.

언제나 환한 웃음으로

일곱 나무을 말없이 지켜보시고

투정과 미움을 받아 드리는 바보입니다

 

우리 엄마는

술 드시고 밥상 부수는 아빠를

미워하지 않는 바보입니다

일하시다가 발바닥에 못이 박혀도

남은 한쪽 양말로 칭칭 감고 다니시며

하루해가 다 가도록 그렇게 일하는 바보입니다.

나는 그런 엄마가 정말 바보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제

같은 엄마가 되어 갑니다.

이것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줄 수 있는 행복한

바보라는 걸 알며 삶에 미소를 지어 봅니다.

 

-우리엄마전문

 

 

박군자 시인이 자라던 어린 시절은 군사 독재시절이다 모두들 가난하게 자라던 그 시절 아버지는 집안의 또 다른 독재자이다 더구나 하루하루 목숨 걸고 막장에 들어가 탄을 캐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마을을 이루고 사는 탄광지역에서는 아버지라는 존재는 더할 수 없는 가부장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 술 드시고 정성껏 차려온 밥상을 부수던 아버지. 엄한 아버지에 비해 어머니는 어둠을 가리고 들어온 한줄기 빛이고 /천상의 하얀 선녀(적막속의 빛)이다 그 아버지도 세월이 지나 어머니보다 먼저 떠나고 우연히 보게 된 창고에서 아버지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린다. “창고 한 모퉁이에 지게가 눈길을 끌고 있다/ 아버지 등에 메시고 나무하러 가실 때/ 지게에 올라타 즐겁던 그 어린 시절/ 세월을 뒤로하고 떠난 아버지의 빈자리/손 때 묻은 지게 자락에 묻어/아른 거리며 떠 오른 추억은/바람에 책 넘기듯 넘어간다.(아버지와 지게) 세월이 지나면 우리 곁에 있었던 모든 것들이 그리워지는가? 그것이 부모일 때는 더욱 그리워지고 추억으로 남기 마련이다.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쓰러질 듯 빈집에 /허리가 굽은 채 세월과 함께 나이 먹어가는 소나무 한 그루(그리운 초가집) “아버지의 눈동자는 양주 속에 담겼다/ 늘 슬픔으로 눈물 되어(빈 양주병) 나타나기도 한다. 박군자 시인은 홀로 남은 어머니를 모시고 가을 여행을 떠나 즐거운 한때를 보내며 어렵게 사셨던 어머니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을 주고 새로운 추억을 만든다.

외눈박의 사랑으로 / 한평생 자식 위해 억척스런 인생을 사신/어머니와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났네. /쉼 없이 이야기보따리는 연줄 풀리듯 풀어/가을 국화 향과 함께 마음속에 담겨지네./(어머니와 가을 여행』)

문학은 아버지의 세계에서 어머니의 언어를 추구하는 행위라고 하였던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시에 넘쳐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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